본문 바로가기

사회/단신

결혼이주여성, 고졸 검정고시반에서 6명 나란히 합격

- 사천다문화센터 운영, 1년 만에 12년 전과정 졸업 '기염' -

 

 

 

8월 22일, 경상남도교육청이 2012년도 제2회 고입.고졸 검정고시 합격자를 발표한 가운데, 결혼이주여성 검정고시반을 운영하는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가 이번에도 고졸 5명, 고입 1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로써 모두 10명의 결혼이주여성 고졸 검정고시 합격생을 배출하게 된 것.


경남지역 고졸 검정고시 합격률이 60%대인 점을 감안하면 사천다문화센터는 매번 100% 합격률을 보이면서 이주민 고졸 검정고시 명문으로서의 저력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이번 합격자 중에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고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베트남 출신의 황지연(24세)씨가 눈에 띈다. 2006년 3월에 입국해서 최은희(여, 5세), 준호(남, 1세) 두 남매를 둔 황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시골로 시집온 여느 베트남 며느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한국에 입국 초기, 베트남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어떻게든 경제적인 도움을 줄 목적으로 한국어를 열심히 배웠다. 그리고 공장으로 아르바이트로 이런 저런 돈벌이가 될 만한 곳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하루하루 커가는 딸을 보면서 엄마인 자신이 자녀교육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돈 버는 것보다 더 시급하게 느껴졌다. 때마침 한국어를 배우던 사천다문화센터에서 중국 출신의 결혼이주여성들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대학도 진학하고 간호조무사와 보육교사로 취업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녀에게 검정고시는 큰 희망의 빛으로 보였다. 검정고시를 공부하면 자녀교육에도 도움도 줄 수 있고, 또 베트남에서 이루지 못한 대학 진학의 꿈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중에 어려움도 있었다. 임신 5개월 된 둘째 준호를 뱃속에 품고 공부를 시작한 것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점 점 불러오는 배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지만 어렵사리 잡은 공부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11월 말 출산일에 맞춰 둘째 준호가 태어났고, 황씨는 2개월 남짓 몸조리를 하고 다시 수업을 받으러 나왔다. 중국 동포 출신의 결혼이주여성들과는 달리 한국어에 더 큰 어려움이 있었던 그녀였기에 수업을 빠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갓난아이를 키우면서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해야하는 이중의 어려움도 잘 극복하고 그녀는 이번 검정고시에 당당하게 합격한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중국 출신의 모녀가 동시에 검정고시에 합격한 경우이다. 중국 동포 출신인 정화월씨(42세)는 새로운 꿈을 이루기위해 보육교사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서 고졸 학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중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가지고 왔다. 그러나 그녀가 졸업한 학교가 인가된 학교인지 미인가학교인지를 증명하라는 요구에 결국 국내에서 초.중.고 전 과정의 검정고시에 응시하게 됐다.


어려운 결정 끝에 공부를 시작한 정씨에게 마음 한켠 늘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한국으로 시집오면서 중국에 두고 온 딸(문향란, 20세)이었다. 특히, 딸이 고등학교도 제대로 안다니고 방황한다는 얘기를 들은 정씨는 남편의 동의를 구해 동생에게 맡겼던 딸을 한국으로 데려오게 된다. 문양은 2011년 11월에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엄마와 함께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매주 그렇게 보고 싶었던 엄마와 함께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갖지 못했던 대학 진학의 꿈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곤 노력 끝에 엄마는 고졸에, 딸은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기쁨을 맞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또 다른 베트남 출신의 김미항(31세), 중국 출신의 김순애(27세), 한미숙(34세)씨 등도 함께 고졸 검정고시 합격이라는 큰 기쁨을 갖게 되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포기하지만 않으면 모두 합격할 수 있으며, 한국에서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다”는 격려의 말을 후배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전했다.


이정기 센터장은 앞으로도 검정고시반 운영을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의 학력 취득을 도울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누군가의 도움만을 바라지 말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고자 하는 용기를 가지고 도전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