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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투고

[기고]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배우는 재난에 대비하는 지혜

망망대해에 젊은 넋을 실려 보낸 해군 46용사의 영결식, 어지러운 세상 사람들에게 언제나 혜안을 일깨워주셨던 법정스님의 입적...
그리고 신문, 방송 등 언론을 통해지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여러 사건 사고들...

이러한 일들 때문인지 노란 개나리와 산천을 분홍으로 물들이는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나 여기저기 봄기운이 넘실거리는 5월임에도 우리의 아픈 마음을 완전히 추스르기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온 세상 인류에게 대자대비의 따뜻한 사랑을 가르치는 석존의 탄생을 기리는 석가탄신일이 더욱 기다려지는 건 비단 저만이 아니라 혼란스런 날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공통적인 마음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석존의 탄생을 기념하는 행사 또한 사람이 행하는 일인지라 예상치 못한 여러 사고들과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져 우리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 지레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지난 5일 진주 소재의 성전암 화재가 이와 같은 경우이겠지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인조대왕 위패는 보존하였지만 우리는 소중한 사찰문화재를 잃었고 다시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만 했습니다. 여수 향일함을 잃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지라 더욱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열반경 말씀을 통해 재난에 대비하는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작은 화를 대단치 않게 알아 재앙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방울은 작지만 시간이 흐르면 차츰 큰 그릇을 채우고 결국은 넘치고 말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재는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어 마침내는 많은 사람의 터전과 행복을 앗아가는 화마로 변하는 것입니다. 나 하나의 작은 관심이 우리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짐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고 올해는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는 석가탄신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만 당부하고자 합니다.

첫째, 사찰들은 대부분 울창한 삼림 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불씨에도 쉽게 화재가 발생하고 산불로 번지기 때문에 라이터 등의 화기를 소지하지 말고 산에서는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마시기 바랍니다.

둘째, 화재가 발생 했을 때는 즉시 119에 신고하고 사찰 경내에 비치된 소화기 등을 이용하여 소방차량이 도착하기 전 까지 초기진화에 나서 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사찰문화재는 우리 모두가 함께 지키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사찰에 연등을 점등하거나 촛불을 사용할 때 순간의 부주의로 발생한 화재로 인해 귀중한 생명과 재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으니 특히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각 소방관서에서 올해를 화재사망사고 10%줄이기 원년의해로 정하고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화재와의 전쟁에 적극 동참해 주시고 언제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당부 드린 말씀 꼭 새기시어 나무아미타불 합장 소리에 동안의 근심, 걱정이 춘설같이 녹아내리는 평온한 석가탄신일이 되기를 진심으로 불심에 담아 봅니다.

사천소방서장 이 창 화